전체 흐름 — 기대와 불신이 교차한 하루
3월 25일 미국 증시는 상승으로 마감했다. 표면적인 동력은 미-이란 협상 기대였다. 이스라엘 언론이 양측이 1개월간의 휴전에 근접했다고 보도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금리 부담이 다소 완화되며 주요 지수는 일제히 오름세로 출발했다. 다우가 0.66%, 나스닥이 0.77%, S&P500이 0.54% 상승했으며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은 1.23%로 가장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하루 종일 시장은 뉴스 한 줄에 방향이 흔들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비적대적 선박 통행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사이, 이스라엘은 이란 부셰르 핵발전소와 테헤란 남부를 공습했고 민간인 사망 소식이 잇따랐다. 장 마감 직전에는 이란 외무장관 대변인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협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이날의 시장은 협상 기대와 군사적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국면을 고스란히 반영한 셈이었다.
반도체 — 가격 인상의 역설
반도체 섹터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AMD와 인텔이 각각 7.26%, 7.08%의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양사가 4월부터 전체 CPU 제품군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공급 차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의 가격 결정력 확인이었다. 엔비디아는 1.99% 상승하며 원유 시추 서비스 기업 슐럼버거와 모듈형 AI 데이터센터·에너지용 AI 팩토리 플랫폼 공동 개발 소식을 반영했다. 제프리스가 로봇 산업 확산이 AI 학습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메모리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마이크론이 3.40% 하락한 것은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AI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 때문이었다. 이 기술이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를 최대 6배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데이터센터 수요 위축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마이크론이 2026년 만기 선순위 채권을 포함한 총 54억 달러 규모의 채권 상환에 나섰다는 소식도 유동성 불안을 자극했다.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 등도 동반 하락했다. 한편, ARM은 자체 칩 발표와 함께 관련 매출이 1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며 무려 16.38%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우주개발 — 스페이스X IPO가 쏘아 올린 공
이날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섹터는 우주개발이었다. 스페이스X가 이번 주 중 IPO를 신청할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조달 규모가 7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는 아람코 IPO의 290억 달러, 시장이 목표했던 500억 달러를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로켓랩(+10.31%), 인튜이티브 머신(+14.68%),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테리스(+16.01%), 새틀로직(+15.61%), AST 스페이스 모바일(+10.44%) 등이 줄지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테슬라 역시 스페이스X IPO 기대에 따른 머스크 생태계 재평가, 옵티머스 로봇 성장 스토리가 맞물리며 0.76% 상승했다.
기타 섹터 — 소프트웨어 약세, 바이오 강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부진은 이틀째 이어졌다. 오라클(-0.73%), 세일즈포스(-0.58%), 서비스나우(-1.52%)가 하락했으며, UBS가 마이크로소프트의 M365와 코파일럿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600달러에서 510달러로 낮춘 것이 불안을 키웠다. AI 발전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인식이 누적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
반면 바이오·제약은 M&A 기대감이 업종 전체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J&J는 나노바이오틱스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며 1.98% 상승했고, 머크는 턴스 파마슈티컬스 인수를 통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시장 진입 소식에 2.58% 올랐다. 이 흐름이 일라이릴리, 암젠, 화이자 등 대형주로 퍼지며 피인수 기대가 높은 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5% 내외의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기업들도 강세였다. 알리바바(+3.50%), 진둥닷컴(+8.30%), 핀둬둬(+4.61%) 등은 중국 규제 당국의 음식 배달 가격 경쟁 규제 강화 시사, 4분기 매출 성장 소식,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 일정 발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상승했다.
FICC — 기대가 가격을 움직이고, 현실이 되돌렸다
국제유가는 협상 기대와 호르무즈 통행 허용 소식으로 크게 하락했다가, 이란 핵발전소 공습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국채 금리는 유가 하락에 따른 기대 인플레 완화로 내렸지만, 5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12개월 평균을 하회하자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며 낙폭이 제한됐다. 금은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최근 조정에 대한 되돌림이 유입돼 3% 넘게 급등했다.
한국 증시 관련 지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MSCI 한국 ETF가 0.78% 하락한 가운데, 마이크론·메모리 섹터의 하락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야간 시장에서 1,501.70원까지 올랐고 NDF 1개월물은 1,505.00원을 기록하며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졌다.